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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아플 때를 제외하고는 약에 대해 생각을 안 한다. 설사 아파서 약에 대해 검색을 하더라도 그 효능에 대해 검색하지 약의 개발 배경 또는 약이 정복하려고 했던 질병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검색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플 때 이렇게 깊게 생각하다간 병이 더 악화될 수 있다.

그래서 아프지 않을 때 약과 질병에 관한 책을 읽어봤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은 질병과 약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평소에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추천드린다. 그리고 역사 책 특유의 두꺼운 페이지와 장황한 설명에 질린 분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약 종류에 따라 짧게 파트가 나눠져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




  지리, 금융, 인물 등을 중심에 두고 서술한 역사 책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질병과 약을 역사 서술에 중심에 둔 책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책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이 생겼다. 심지어 표지마저도 핑크 핑크 해서 손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인류의 역사는 질병이라는 창과 이라는 방패의 투쟁 역사다."


 인류는 죽음과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왔다. 고대 국가들의 기록을 보면 이런 것들도 약으로 먹었어?라는 생각과 함께 그들의 창의적(?)인 발상에 고개를 절래 흔들게 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점토판에 550종이나 되는 의약품 목록을 기록해 뒀다는데, 그중에는 소똥과 말똥, 돼지의 귀지 등 상상 밖의 물질들을 의약품으로 사용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집트에서는 질병이 악마가 몸속에 들어와서 생긴 증상으로 보고 외과 수술로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서 치료하려고 했다는 기록도 있다.

질병도 무섭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방법과 미신에 기대어 질병을 극복하려 했던 사람들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목차


01. 의약품은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

02. 세계사의 흐름을 결정지은 위대한 약, 비타민C

03. 인류 절반의 목숨을 앗아간 질병 말라리아 특효약, 퀴닌

04.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지닌 약, 모르핀

05. 통증과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은 약, 마취제

06. 병원을 위생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 소독약

07. 저주받은 성병, 매독을 물리쳐준 구세주, 살바르산

08. 세균 감염병에 맞서는 효과적인 무기, 설파제

09. 세계사를 바꾼 평범하지만 위대한 약, 페니실린

10.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 받는 약, 아스피린

11. 악마가 놓은 덫에서 인류를 구한 항 HIV , 에이즈 치료제





책을 읽다 보면 질병만이 극복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질병도 치명적이지만, 사람들이 특정 질병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 관념이 때로는 더 큰 극복 대상이다. 책에서 소개한 한 가지 사례를 옮겨왔다.


02. 비타민 C 파트를 보면 뱃사람들이 자주 걸렸던 괴혈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약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적절한 비타민C 공급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비타민 C 가 함유된 라임 주스를 마시거나 채소를 절여서 먹으면 됐지만 선원들은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몹쓸 고정관념이 사람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고정관념과 미신이 당시에 만연했는지 책 내용을 정리해봤다.


 1) 괴혈병은 게을러서 생긴 병이라 강제 노역이 해결책이다. 2) 필요한 물질이 부족해 건강을 잃는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이야기(당시에는 해로운 물질을 섭취해야 질병에 걸린다고 생각했고 그 반대는 성립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3) 비타민C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나쁜 공기가 문제. 괴혈병은 전염병이라는 인식 4) 부패한 고기가 괴혈병의 원인.

                                                                                              

문제의 원인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 보니 온갖 사이비 치료법이 난무했고, 상황이 이러다 보니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난파나 전투 중 사망한 사람보다 훨씬 많았던 것이다. 천 년 하고도 몇 백 년의 시간 차이가 있었지만 고대 국가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사람들처럼 이들 뱃사람들도 황당한 스토리텔링을 믿고 이것에 자신의 건강을 맡겼다는 사실이 놀랍다.

생각을 해보면 과학적 근거 없이 미신에 기대어 질병을 극복하려고 하는 모습은 오늘날에도 많이 남아 있다. 질병뿐만이 아니다. 사고를 좀 더 확장해서 고정관념이나 잘못된 뉴스 등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질병은 시간이 지나서 약이 개발되면 극복할 수 있지만, 사회 문제는 약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더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특징을 따로 정리해 봤다.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된다면 아래를 확인하고 결정해도 될 듯 하다.

1.     특정 질병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력 소개

2.     특정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약이 어떻게 개발 됐는지 소개

3.     만약에 ~ 라는 설정으로 특정 시기에 특정 약이 있었다면 세게는 어떻게 변했을까 라는 설명 제시.


역사에 만약에 라는 가정은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의학 분야에서 만약에 라는 가정을 사용해서 설명하는 것은 그 약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 오히려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 약이 없었다면 벌어질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상상하면 오히려 그 약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염원(?)이 작년 한국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었다. 제약 바이오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 모두 상한가를 쳤었는데, 올해는 다시 시들시들해졌다. 그 염원을 독서에 다시 담아 이 책을 읽는다면 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농담처럼 적었지만, 신선한 관점으로 서술한 책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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